눈이 녹는 온도
제목을 정하는 건 가장 힘들다. 제일 무난한 건 0102. 라고 숫자를 적기. 원래 내용을 압축하는 것은 가장 힘들다. 누가 그랬지, 나이가 들면서 짧은 글 적기가 더 힘들어진다고.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 보면 평소 보지 않던 곳이 보인다. 이 집에서 일년을 가까이 살았는데 지난 달에서야 고개를 내밀고 기웃거리면 초밥 트럭이 왔는지 보이는 것을 알았고, 오늘에서야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보일러가 돌아가서 굴뚝에서 연기가 마치 구름에 중력이 생긴 것처럼 내린다는 걸 알았다. 굴뚝이라는 사물은 참 오랜만이다. 보일러라는 건 시골이라는 느낌,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도 없는데 굴뚝은 어쩐지 주변에 잘 없을 것 처럼 느껴진다. 그래도 누군가 불을 지피면 연기가 나니까 굴뚝은 필요하다. 연말에 내린 눈은 아직도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