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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APPY NOW YEAR

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.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들조차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무색하다는 뜻이겠죠. 십년이면 삼천육백오십일. 윤년을 포함하면 이틀이 추가되겠네요. 변한 강산을 십 년의 날짜만큼 나눈다면 하루에는 얼마나 변할까요? 그 하루를 또 쪼개고... 또 그 한 시간을 쪼개고... 그렇게 잘게 나눈다면 우리가 자그마한 모종삽으로 푹 하고 퍼올린 흙은 먼 훗날의 산맥의 가장 아랫부분이 되어 있을 겁니다. 내가 십년동안 변화시킨 풍경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. 내 옆에서 같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삽으로 흙을 퍼나르는 사람들은 평생 하루에 한명을 만나도 다 인사하지 못할 정도로 많으니까요. 나 홀로 살아가는 땅이라면 그저 산 하나, 강 한줄기지만, 나의 십년이 아니라 옆 사람의 내 주변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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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.12.31

속상한 하루!!ㅜㅜ

취업했다!!!!! 까지는 좋았음. 이제 입사한지 딱 삼주채웠다. 사실 그전까지 한 일은 다 그래도 그럭저럭 시킨거 잘하구 나쁘지 않았다구 생각했는데 오늘 업무는 정말 도움이 안되어서 너무 속상함. 왜이렇게 난 색 감각이 없지..? 생각만 세시간 하다 온거같다 정말.. 차라리 일이 없을때 세시간 놀다 오는건 괜찮은데 일 하시구 다들 회의하는데 혼자서 잘 모르겠어서 어버버 하다가 오면 너무 속상하고 그럼... 그래도 오늘 집와서 허한 기분이 왜 생길까 고민해서 찾아서 다행이다. 그냥 하루빨리 1인분 하는 사람이 되고싶음. 난 정말 내가 제일 못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드는걸 못견뎌하는거같아. 그걸 누가 좋아하겠냐만 그게 당연한 때여도 당연하고싶지않아. 그렇다고 속상하다고 눈물 나고 그러지는 않음. 씩씩하게 오늘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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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.03.19

cut me off

지우는건 너무 순식간이고 빠르다. 하루종일 붙잡아두었던 것을 지우는 건 오 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. 점점 더 진화할수록 잊는건 빠르다. 언젠간 기억도 그렇게 빠르게 지워버릴 수 있겠지. 보아의 10번째 앨범에서는 4>6번 수록곡 사이가 가장 좋다. 좋은건 지워버리기 전에 더 빠르게 기록해둬야 해. 잊혀지기 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복습하면서 다시 뇌 속에 공간을 열어둬야해. 기억은 퇴화하면 감정만 어렴풋 남아있다 휘휘 날아가버린다. 올해는 정말 좋은 앨범이 많이 나왔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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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.02.10

TEST

저는 우정리에서 제법 먼 마을에 와 있습니다. 1월부터 시작해 지역을 떠돌아 다니며 이어 온 글쓰기 수업을 끝내는 날이거든요. 이전까지는 종이와 활자를 이용해 만들던 텍스트를 눈빛과 목소리, 손짓에만 의지해 현장에서 지어내는 새로운 시도였어요. 책보다는 강연이 유투브를 통해 게임 맵 위에서 시각적인 텍스트를 즉각즉각 구현해 나아가는 자빱님 작업과 닮은 데가 많은 듯해요. 그렇게 만들어냈던 순간들은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금세 휘발되고, 지역을 옮기는 동안 변화한 시간을 반영한 뒤 또 나타났다가 휘발되고. 그 휘발됨이 이제까지는 애틋하면서도 후련했는데 두시간 뒤 마지막 지역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나면 그 다음 기회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왔는지 허전해서 서글프네요. -이민경, 코로나시대의 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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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.01.01